[wise.n 정책] 경의중앙선 지연은 단순한 운행 문제가 아니다
경의중앙선이 자주 늦는 이유를 두고 흔히들 이렇게 말한다.
“코레일이 운영을 못해서 그렇다.”
물론 운영상의 문제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경의중앙선 지연의 본질은 그보다 훨씬 구조적이다.
경의중앙선은 문산·일산에서 서울 도심을 지나 양평·용문·지평 방면까지 길게 이어지는 장거리 광역철도다. 노선 자체가 길다 보니 한쪽 끝에서 발생한 작은 지연이 반대편까지 연쇄적으로 전파될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경의중앙선은 태생적으로 정시 운행이 쉽지 않은 구조를 안고 있다.
특히 청량리~망우 구간은 경의중앙선 전동차만 다니는 구간이 아니다. KTX이음, ITX청춘, ITX마음, 강릉선·중앙선 계통 열차 등이 함께 사용하는 병목 구간이다. 여기에 청량리~왕십리 구간은 수인분당선까지 공유한다.
문제는 이 구간의 선로용량이 이미 포화 수준이라는 점이다. 하루 선로용량이 163회 수준인데, 실제 운행은 157회에 달한다. 거의 100%에 가까운 수준으로 선로를 쓰고 있는 셈이다.
사실 청량리~망우 구간 복복선화 사업은 2001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적이 있다. 그러나 관계부처 협의와 예산 우선순위에 밀리면서 무산됐다. 문제는 지금이다. 지금 다시 예타를 통과해 재추진한다고 해도 상황은 그때와 다르다.해당 구간은 이미 도시화가 끝난 지역이다. 토지 보상, 민원, 역 구조 변경, 도로와 건물 간섭 문제를 피하기 어렵다. 지하화를 검토한다 해도 사업비는 크게 늘어나고, GTX-B와의 중복 문제도 생긴다. 냉정하게 말하면, 시기를 놓친 측면이 크다.
여기에 더해 열차 통행 우선순위 문제도 있다. KTX나 ITX 같은 상위 등급 열차가 지나가야 하면 전동열차는 대기하거나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한 번 밀리면 후속 열차가 줄줄이 영향을 받는다.경의중앙선 지연이 유독 짜증 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번 늦으면 그 여파가 쉽게 끝나지 않는다.
또 하나의 구조적 문제는 평면교차다. 상봉역 부근에서는 ITX청춘 등이 다른 방향 선로를 가로지르는 구조가 있어 열차 대기와 속도 저하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런 구조는 다시 연쇄 지연으로 이어진다. 청량리역 역시 과거 승강장 구조 개편을 통해 평면교차 부담을 줄이려 했지만, 승강장 조정만으로 전체 선로용량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최근에는 경의선 서북부 구간의 문제도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경의중앙선 지연의 핵심을 주로 청량리~상봉·망우 구간으로 봤다. 하지만 이제는 능곡~일산 구간도 따로 봐야 한다. 서해선이 일산까지 연장되면서 경의중앙선 기존 선로를 함께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고양시 구간의 출퇴근 배차를 더 촘촘히 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여기에 GTX-A 대곡역 환승 수요까지 붙었다. 일산·풍산·백마·곡산에서 대곡으로 이동해 GTX-A를 타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동시에 김포공항·부천·안산·인천 방향으로 환승 없이 가려는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결국 경의중앙선의 문제는 이제 단순히 “서울 동쪽 병목”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북부 광역철도 공급력 부족”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그렇다면 타개책은 무엇인가.
첫째, 단기적으로는 운행계통을 쪼개야 한다.
모든 열차를 장거리 직결로만 운행하면 지연은 계속 누적될 수밖에 없다. 문산~대곡, 일산~대곡, 용산~덕소, 청량리~팔당 등 구간 반복 운행을 늘릴 필요가 있다. 특히 대곡역 GTX-A 환승 수요를 고려하면 출퇴근 시간대에는 문산·일산~대곡 셔틀성 열차를 강화해야 한다.
둘째, 서해선 일산 연장 구간의 배차를 늘려야 한다.
일산에서 서울역·수서 방면으로 가는 수요는 경의중앙선을 직접 타는 방식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곡에서 GTX-A로 갈아타는 방식도 중요하다. 결국 일산권의 서울 접근성을 높이려면 경의중앙선 증편만 볼 것이 아니라, 대곡으로 실어 나르는 서해선·셔틀 운행까지 함께 봐야 한다.
셋째, 청량리~망우 구간의 병목을 풀어야 한다.
이 구간은 여전히 경의중앙선 지연의 핵심 병목이다. GTX-B가 개통되면 일부 열차가 지하 신선으로 분산돼 청량리~망우 구간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GTX-B만 기다릴 문제는 아니다. 배선 개선, 대피선 확충, 신호체계 개선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넷째, 능곡~일산 구간도 장기적으로는 추가 선로 확충을 검토해야 한다.
이 구간은 청량리~망우처럼 KTX·ITX가 복잡하게 얽힌 병목과는 성격이 다르다. 그러나 서해선, 경의중앙선, GTX-A 환승 수요가 겹치면서 광역전철 공급력 부족이 분명해지고 있다.
당장 “복복선화”라는 표현이 과장으로 보일 수 있다면, 우선은 “경의선 북부축 선로용량 확충”이라는 이름으로 국가철도망 계획에 올리는 것이 현실적이다.
결국 경의중앙선 지연 문제는 한 가지 해법으로 풀리지 않는다.
청량리~망우 병목을 풀고,
상봉·망우 평면교차를 개선하고,
서해선 공유구간의 배차 구조를 조정하고,
대곡 GTX-A 환승 수요를 별도로 처리하고,
장기적으로는 경의선 서북부 구간의 추가 선로까지 검토해야 한다.
경의중앙선은 이미 단순한 출퇴근 전철이 아니다. 경기 서북부와 서울 도심, 경기 동부를 잇는 광역 생활축이다. 그런데 그 역할에 비해 선로와 운행체계는 너무 오래된 틀에 묶여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땜질식 시간표 조정이 아니다.
경의중앙선 전체를 하나의 광역철도 간선축으로 보고, 병목 구간별로 선로·신호·운행계통을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그래야 경의중앙선은 “지연의 대명사”가 아니라, 수도권 서북부와 동부를 잇는 제대로 된 광역철도가 될 수 있다.